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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도착하지 않은 너를 위해

갤러리그라프 2025-05-14 ~ 2025-06-28

갤러리 그라프는 514일부터 628일까지 고은주와 이여운 두 작가와 함께 아직 도착하지 않은 너를 위해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감정이 언어보다 먼저 도착하는 지점,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감응이 형상으로 전이되는 예술의 과정을 따라간다. 작가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내면의 풍경과 감각의 흔적을 포착하고 이를 회화적 언어로 구축해 나간다. 화면 위에 남겨진 선과 색, 상징과 구조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감응의 흔적이자 마음의 지층을 드러내는 시각적 구조물이다. 본 전시는 익숙한 감정의 틀을 벗어나 감응이 이미지가 되고 심상이 형상화되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감정을 인식하고 기억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감정은 언제나 말보다 먼저 도착한다. 우리는 종종 어떤 감정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 채, 감정이 지나간 자리만을 기억할 때가 있다. 그 감정은 설명할 수 없지만, 몸을 통해 지나가고, 시간 속에 스며들며, 때로는 하나의 이미지로 남는다. 기억 저편에서 부유하는 낯선 풍경일 수도 있고, 불안이나 익숙한 위안의 감각일 수도 있는 감각의 잔재는 마음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형태를 만들어간다.

들뢰즈는 감정을 감응(affect)’이라 명명하며, 단순한 심리적 정서가 아니라 언어화되기 전의 강도, 신체와 세계가 접촉하는 경계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라고 말한다. 감응은 의미화되기 이전의 진동이며 아직 형상화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하는 감각의 힘이다. 예술은 바로 이 감응의 영역에서 작동한다. 아직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감정, 말로 표현되지 않은 사유, 알 수 없는 불안과 소망이 예술이라는 형식 속에서 조용히 형상을 갖추어 간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너를 위해는 이러한 감응에서 형상으로 이행되는 예술의 과정을 탐색하는 전시이다. 이여운, 고은주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심상(心象)짓는다.’ 심상(心象)은 마음()에 떠오른 형상(), 즉 감정·기억·사유의 인상이 응축된 내면의 이미지이다. 심상(心象)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우리가 세계를 감각하고 재구성하는 하나의 방식이자 작가에게는 세계를 인식하고 기록하는 정신적 구조물로 작용한다. 이여운 작가는 도시와 종교 건축의 구조를 수묵이라는 전통 매체로 재해석하며, 고은주 작가는 전통의 부적, 도상, 상징 체계를 통해 현대인의 불안과 정서를 시각화한다. 이들의 작업은 단순한 재현이 아닌, 감응의 형상이자 마음의 지층 위에 쌓아 올린 조용한 건축물이다.

 

 

 

 

 

이여운 작가는 한국의 근현대사가 중첩된 도시 풍경과 종교 건축물의 외형을 수묵으로 그려낸다. 작가의 작업에 등장하는 건축물은 특정 지역이나 시대를 상징하는 기념비적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도시라는 물리적 외피 너머에 존재하는 감정의 잔여물이며 정서가 스며든 기억의 구조물이다. 이여운의 화면에서 선은 공간의 경계를 구획하지 않는다. 선은 시간의 흐름을 따라 감응의 흔적을 남기며, 도시의 외면을 넘어서 내면의 풍경을 그려낸다. 작가는 건축의 정면성과 구조적 반복을 통해 도시 공간을 마주하되, 그 안에 스며든 무수한 삶의 흔적, 시대의 결, 감정의 조각들을 조용히 드러낸다. 작가의 작업은 정지된 풍경이 아니라 역사와 감정이 교차하는 지형의 단면이다. 도시라는 외부의 풍경을 통해 작가는 오히려 내면의 감응을 추적한다.

고은주 작가는 감정의 내면을 직접적으로 다룬다. 특히 불안이라는 감정은 작업에서 핵심적인 출발점이 된다. 작가는 부적, 종이꽃, 오방색, 물방울 등 전통적인 기복의 상징체계를 차용하며 그것을 반복적인 손의 행위와 함께 재배열한다. 이는 단지 과거의 민속적 도상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를 통과한 감응이 상징으로 응결되는 시각적 구조를 만드는 과정이다. 고은주 작가의 작업은 좌우대칭의 엄격한 구도, 색의 상징성, 문양의 반복을 통해 감정을 조율한다. 전통 부적의 문법을 따라가며 그 안에 현대인의 소망, 두려움, 위로의 욕망이 새롭게 배치된다. 작가에게 있어 부적은 더 이상 미신의 유물이나 장식이 아닌 현대의 불안이 잠재된 채 상징화되는 장소이며 감정이 조용히 정착하는 심상의 기호이다.

두 작가의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두 작가가 다루는 감응의 방식은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 이여운 작가가 도시의 구조 속에 스며든 기억과 시간을 포착한다면, 고은주 작가는 상징의 질서 안에서 불안을 정제하고, 희망의 도상을 구축한다. 한 사람은 외부의 풍경을 통해 내면을, 다른 한 사람은 내면의 감정을 통해 외부의 상징을 만든다. 두 작가의 작업은 서로 다른 경로를 따라가면서도 결국 하나의 공통된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감정은 어떻게 형상을 갖추는가, 감응은 어떻게 이미지가 되는가, 그리고 예술은 어떻게 그 과정에서 새로운 심상의 구조를 짓는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너를 위해는 이 질문들을 따라가고자 한다. 감응이 감각의 언어로 드러나는 과정을 통해, 예술이 어떻게 마음의 지층을 구성할 수 있는지를 이해한다.

.우리는 모두 마음의 구조를 지어가는 존재이며 그 구조는 각자의 방식대로 다층적이고 섬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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