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비가 내리고 있다. 이 비가 그치면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SNS를 달구었던 벚꽃의 향연이 좀 줄어들 것이다. 벚꽃잎은 비가 내리면 여지없이 낙화(落花)한다.
거리마다, 아스팔트마다 산화한 꽃잎의 무리가 이리저리 쓸려다닌다.
그러나 한남동의 갤러리 그라프(서울시 용산구 독서당로 123 아울스 스퀘어 1층)에는 이 비에도 아랑곳없이 엄청나게 큰 꽃들이 피어나 있다.
갤러리 그라프는 한지(韓紙)에 바느질로 수를 놓고(회수·繪繡) 그 위에 꽃이나 의자, 달항아리 등을 앉히는 독특한 동양화 작업을 하는 김순철(1965-) 개인전 <HALO>를 4월 23일까지 연다.
의자와 달항아리, 소반도 있지만 대개 김순철의 화폭에는 꽃이 피어난다. 엄청나게 큰 꽃 단 하나다. 그러나 그 꽃은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심상(心像)의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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