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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담은 풍경

김보영 Kim BoYeong 2024-05-15 ~ 2024-06-12

갤러리 그라프는 5 15일부터 6 12일까지 김보영 개인전 《달을 담은 풍경》을 개최한다.

김보영 작가는 천연염색을 통해 자연에서 얻은 색으로 전통적 소재인 달항아리를 만든다. 전통기법 인 천연염색은 식물이나 광물, 동물 등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끓이거나 발효시켜 추출한 염액으로 천이나 종이에 물을 들이는 것이다. 다양한 자연의 색이 물든 한지를 준비하여 화면에 달 항아리의 형태를 그리고, 그 위에 색 한지를 손으로 한 땀 한 땀 공을 들여 붙여 나가는 작가 만의 콜라주 기법에 의해 항아리를 완성한다. 완성된 달항아리의 모습은 기계적으로 찍어낸 형태 와 달리 자연과 닮아 있는 비정형의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김보영의 회화는 그가 주제로 삼고 있는 달항아리 그 자체와도 닮아 있다. 소담한 손맛이 그대 로 드러나는 달항아리는 한국 도자공예의 정수로, 그 비정형적인 형태마저 자연스러운 미감을 만 들어내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자연의 규범을 적용함으로써 고요하고 조화로운 균형과 간결함을 보여주며 내면세계에 펼쳐진 풍경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비록 매체는 다를지언정, 그것이 추구하 고 또 담고 있는 바가 공명하며 소재가 아닌 삶의 태도로 달항아리가 드러나는 것이다.

19세기 중엽 영국에서 일어났던 미술공예운동은 당시 산업혁명을 통해 무한으로 재생산이 가능 해진 기계적 현실 속에서 탄생했다. 기계화와 대량 생산의 시대에 수공예의 가치를 복구시키고 수공예의 수준을 산업 제품과 대비시키며 공예가 부각되기 시작하였는데, 이는 삶의 자연화, 예술 화를 꿈꾸며 예술적이면서도 기능적인 조화를 꾀하였다. 김보영 작가는 달항아리가 갖는 조형성 과 자연스러운 미감을 심미적이고 장식적인 회화적 표현을 통해 탁월하게 드러낸다. 전통적인 미 에서 볼 수 있는 부드럽고 흐르는 듯한 곡선과, 아름다움과 우아함이 특징인 달항아리에 작가에 게 내재된 현대적인 지향이 덧입혀지며 순수예술과 공예의 특성을 한 폭에 담아낸 것이다. 이처 럼 작가는 자신이 다루고 있는 주제와 매체에 대한 깊은 고민을 심미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달이 어느 하루 같은 모양이 아닌 것처럼 작가의 작품 속 달항아리의 형태도 다양하다. 자연의 품 안에서 바람의 감촉을 통해 변화를 느끼며 화면 속 견고하게 자리 잡은 작품의 심상은 관객에 게 고요한 안정감을 선사한다. 장인의 마음으로 한 땀 한 땀 빚어진 한지 콜라주 작품은 삶의 예 술화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대상을 향한 의식이 시각에서 확대되어 촉각으로 이어나가 전신으로 반응을 하게 한다. 평면 위에 구성된 선과 면들은 작가의 손끝에서 비롯되어 진실된 형태와 함께 견고한 입체로 드러난다. 도자기의 단단한 본질이 평면 작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것은 작가가 정직하게 투입한 시간과 명료한 구성에 기인하며, 그로 인해 만물을 담은 풍경이 창조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