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그라프는 11월 22일부터 12월 13일까지 황혜선, 조현수, 권재나 3인전 《Shaped Canvas》을 개최한다. 본 전시에서는 현대에 이르러 매체의 자유를 불러온 셰이프드 캔버스(Shaped Canvas)의 여러 면모에 주목한다.
프랭크 스텔라의 조형 실험으로 대표되는 정형성의 탈피는 물성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며, 이후 포스트모더니즘은 순항한다. 평면 작품이 납작한 캔버스 위에서 구성되지 않아도 이를 예술 작품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미술사적으로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더니즘으로의 전환기가 갖고 있는 대표적인 시사점이다.
권재나 작가는 추상회화를 구성하는 붓질과 색을 오브제로 묶어, 사각 틀을 벗어난 작품을 만든다. 미니멀리즘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입체성이 두드러지는 게 특징이다.
겹쳐 올려진 붓 터치처럼 보이면서 잘라진 종이 콜라주 같은 그의 작품은 지속적으로 회화의 세계와 현실의 공간을 이어주고 있다. 특히 권재나 작가의 작품은 뉴욕 퀸즈에 공공미술로 설치되었을 만큼 해외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조현수 작가는 레진으로 여러 겹 선을 쌓는 ‘그려진 조각’을 제작한다. 드로잉 선으로 작품을 제작하고 이것이 하나의 캔버스가 된다는 점에서 스텔라의 현대적 해석이라고도 보인다.
실제 존재하는 인물과 물질을 오브제화 시키며 작가는 대상을 완벽하게 구현해내는데, 동시에 작품 속 텅 빈 공간을 통해 표면을 역설적으로 평면화한다. 작가는 브랜드 ‘혼다’와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등 활발하게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다.
황혜선 작가는 붓으로 그려진 드로잉을 알루미늄과 LED로 재해석하며 조각으로 구현한다. 그의 작업은 회화이면서도 조각인 형태로 존재한다.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을 표현하는 ‘드로잉-조각’은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을 통해 감정을 이입하며 한 사람의 삶에 대해 공감을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뉴욕과 파리, 서울을 오가며 국제적인 사랑을 받고 있으며 미술관뿐 아니라 공공예술로도 선보여지는 등 플랫폼의 경계도 넘나들고 있다.
전시의 제목처럼 ‘셰이프드 캔버스’는 정형성을 탈피한 동시대 예술과 접점을 만들어낸다. 세 작가의 작품은 회화와 입체를 교차해 끊임없이 기존의 경계를 넘나들며 시험한다. 눈 앞에 보이는 이 작품들은 과연 스텔라의 말처럼, “당신이 보는 것이 당신이 보는 것(What you see is what you see)”일 뿐인가? 작가의 실험으로 탄생한 작품의 궤적을 따라 전시장을 살펴보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