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그라프는 2023년 10월 4일부터 21일까지 공모전을 통해 기획된 전시 《Eternal Moments》를 개최한다.
순간을 영구화하고 기록하기 위한 방석영, 양운철, 오흥배 작가의 분투는 서로 다른 주제와 재료를 사용함에도 그 본질상 유사한 부분이 있다.
방석영은 여행을 하며, 또 일상을 보내며 지나치는 찰나를 한지와 먹으로 포착한다.
양운철은 차이에 기인하는 본질에 천착하며 그를 캔버스 위에 얹어낸 순간의 색(色)으로 표현한다.
오흥배는 일상의 사물 혹은 식물을 마치 초상화를 찍듯 그려낸다.
이처럼 세 작가는 어떠한 ‘본질’을 향해 끝없이 순간을 찾고 또 기록하는 과정을 겪어내고 있다.
방석영은 사람의 삶 안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인간의 심리를 향한 여정을 지속해왔다.
그의 극(theater)은 한지와 먹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자유로운 필치 덕분에 마치 유영하는 듯한 화면을 만들어낸다. 인간의 심리적 본질을 향한 방석영의 작품은 자신의 일상에서 그 힌트를 찾는다는 점에서 출발지와 목적지가 명확하다.
홍익대학교에서 석사를 마친 후 ‘방석영 씨어터’라는 주제를 일관적으로 취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작품은 일관적인 행적을 보이고 있으며, 먹을 다루는 작가의 노련함이 단조로울 수 있는 흑백의 화면에 생기를 부여한다.
양운철은 차이를 통해 대상은 본질을 일시적으로 취할 수 있음을 작품으로 나타낸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 안에 두 가지 색상, 혹은 양분의 구도가 등장하는 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두 가지 색이 함께 있는 순간에서 색은 일시적으로 자신의 본질을 취하며 서로를 서로답게 만든다. 양운철은 캐나다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다수의 단체전을 거치고,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 15회 가량의 개인전을 펼치며 활발히 철학적 사유가 깃든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존재의 근원을 향한 사유는 이처럼 국적을 불문하고 넓고 깊게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오흥배는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의 방식으로 일상의 작은 사물, 또는 식물을 사진 찍듯 그려낸다. 캔버스의 정면에 위치하는 오브제는 마치 초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일상 오브제와 시든 식물의 대비는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의 대비로 비추어져 삶과 죽음, 생의 본질에 대한 사유로 보는 이를 인도한다.
오흥배는 13회의 개인전을 비롯해 예술의 전당, 더 현대 등에서 전시를 진행해 이름을 알린 바 있다. 그의 탁월한 회화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된 바 있다.
갤러리 그라프는 세 명의 작가와 함께하며, 이 여정에 관객을 초대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