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그라프는 하지혜의 《草綠情願 초록정원; 초록에 바라는 마음》을 3월 1일부터 3월 26일까지 개최한다.
풀, 모든 땅 그 자체 의미인 생명체가 여기 있다.
하지혜 작가는 풀들의 생명력과 서로가 공존하는 세상을 그려내려고 치밀한 붓 터치로 풀의 힘과 의지를 유기적으로 표현한다.
작가는 실제로 풀을 통해 위로와 치유를 받으며 오랜 기간 탐구하고 연마한 연작들을 갤러리 그라프에서 선보인다.
밟히고 견고하게 다져지고, 또 올라가는 풀은 이미 주체가 되어 스스로와 자연에 에너지를 주고받는 생명체로 작품 속 주인공이다.
시간을 거치면서 지속되는 풀의 생명력과 작품을 그려내는 작가의 믿음, 이 메시지들이 차곡히 담겨져 우리가 작품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게끔 이끌어간다.
‘바람이 분다’ 견뎌야 해, 살아야 해.
풀들이 초록의 풋풋함을 피워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해나가는지 작가는 화면에 수백 번, 수없이 중첩하여 표현해 나간다.
섬세한 감성으로 표현하지만, 또 이와는 달리 강단 있는 의지로 거스르지도 피하지도 않고 담담히 받아들이며 새로운 생명으로 희망을 피워나가기로 매번 약속한 듯
풀들은 서로 경쟁하고, 의지하고, 기대고, 휘감고, 매우 치열하고도 아름다운 공존을 그려낸다.
이는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표현한 듯 화면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이어진다.
작품 속에 담긴 정서적 심리적 깊이는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모든 것을 인정하고 이겨내려는 모습이다.
안개가 내려도 비가 내려도 희미하게 밝아오르는 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만 보아도 좋은,
시원한 푸른색으로 물들여진 이곳에서 천천히 초록의 향을 느끼고 그 존재를 발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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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선긋기의 반복처럼 보일지라도 무수한 풀잎의 교차되고 집중되고 켜켜이 쌓여 보여지는 풀더미들은 나에게 우리에게 삶의 공존과 전우애를 느끼게도 한다.
작업 속 획과 같은 선들은 불완전하나 독립적이며 고립되지 않고 선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조화를 이룬다.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처럼 말이다.
둥둥 떠오른 풀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도 같다."
"넓은 의미에서 작업의 화면은 자연이다.
그것은 외적인 자연의 재현이 아니라 나에게 어떠한 에너지를 준 자연의 반영인 셈이다.
새로운 자연, 새로운 형상과 색채이다.
이러한 작업의 과정 자체가 일종의 수련이라고 하지만 고행에 가깝다.
호흡을 조절하고 손끝에 온 신경을 집중하여 작업을 하면 어느새 마음도 숙연해진다."
작가노트 Artist Statement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