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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tel's Woods

이나영 Lee Na 2024-06-14 ~ 2024-07-14

갤러리 그라프는 2024614일부터 714일까지 이나영 개인전 《Gretel's Woods》를 개최한다. 작가의 작업은 80-90년대 어린 시절 사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누구에게나 하나쯤은 있을법한 오래된 사진 앨범 속에 담긴, 기록하고자 하던 순간의 옛 기억들이 인화된 이미지로 간직되어 있는 그 때의 이야기를 현재로 불러낸다. 시절의 기억이 묻어나는 향수와 그 시절에서부터 현재에 닿기까지 개인의 물리적 시간과 겪어낸 감흥들을 화면 안에서 풀어나간다.

노스텔지어(nostalgia), 시절에 대한 기억과 개인의 고유한 감정은 그 내부에서 작가로부터 호출되어 회화로 옮겨지며 가시적인 형태로 드러난다. 작업은 작가 개인의 기억에서부터 시작되어 점차 보편적으로 확장됨에 따라 공감할 서사를 만들어간다. 초기에 작가가 주목했던 부모님의 젊은 시절, 형제와 친구들의 어린 시절 사진이 작가에게 또 다른 낯섦을 만들어냈던 것처럼 작품은 곧 과거의 반영이며 순간의 재현이지만 공감과 회상을 불러오는 데에 있어서 반드시 공통된 기억과 경험을 필수로 하지는 않기에 의미가 있다.

작가가 감상한 옛 사진을 다시 그만의 방식으로 조합하여 만들어내는 최종의 작품은 어쩌면 노스텔지어라는 원본 위 작가 만의 해석과 환상이 가미된 새로운 레이어가 추가된 형식일 것이다. 원본 사진 속 특정한 소재를 떼어내어 화면 위에 작가가 구축한 새로운 공간에 붙여 넣으면서 그것을 다시 작가의 상상과 이야기된 상황의 소재로의 이미지를 창조하는 작업 방식은 작가가 가진 기억의 부분을 조각 내고 이어 붙여가며 그것을 현재의 의미로 섞어내는 시도로 보인다.

푸른 숲과 싱그러운 꽃들, 작은 곤충의 모습이 우리에게 미소를 머금게 했던 기억, 그 순간들은 지금까지도 마음 속에 담겨있다. 작가는 어린 시절의 세상을 크고 넓은 거대한 세계로 기억한다. 따라서 자연은 구성의 큰 부분을 차지하며 유기적인 모습으로, 아이들은 보다 유연한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익숙한 인상이지만 어딘가 낯설게 보이는 요소들은 조화를 찾아가며 우리의 기억을 재가공해나간다. 결국 회상적이기만 하던 옛 사진과 그 안의 미감적 요소들을 그 시절에서부터 우리가 위치한 곳으로 불러내어 현재의 의미와 감각이 입혀진다.

옛 기억과 상상적 요소의 공존을 통해 감상을 제시하는 이야기 전개 방식은 작가가 스스로의 기억과 추억을 재편하는 방식이자 그것을 일일이 집어내어 다시 보기를 시도하는 개인의 애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적인 기억의 일부가 작업의 소재로 불러내어지며 관람자로 하여금 그들 또한 언젠가 느꼈지만 지나쳐버린 감정과 경험을 환기시키며 누구에게나 그 시절이 존재했고, 또 그러한 시절들을 지나 현재에 닿기까지, 여러 감정은 교차하며 상황들은 변화함을 의식하게 한다. 그 안에서 모든 것이 성숙하는 것처럼 작가의 작품 속 상징적으로 중첩되어가는 노스텔지어는 누군가의 과거를 지나 새로운 모습으로 이미 우리가 있는 지금에 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