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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o

김민수, 래리 리, 안형 Kim MinSu, Larry Li, Ahn Hyeong 2024-08-28 ~ 2024-09-29

갤러리 그라프는 827일부터 929일 까지 Larry Li, 김민수, 안형 3인전 《Hero》를 개최한다. 세상은 왜 영웅을 필요로 하는가? 예술은 여전히 신화를 창조할 힘을 가지는가? 많은 사람들이 영웅의 서사에 몰입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 속에서는 언제나 영웅이 등장했고 이야기가 생겨났으며 또 전해져 온다. 영웅 서사에 몰입하며 인간은 용기와 희망을 얻고 그들의 존재 의미를 통해 지혜와 삶의 행복을 되새긴다. 세상에 대한 사랑을 품어내며 함께 성장하고 살아간다. 이렇게 영웅은 아주 오랜 세월 인류의 역사에서 새로운 희망과 꿈이라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해냈다.

예술가는 오브제를 만들지 않는다.

예술가는 신화를 만든다.”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1954~) –

과거부터 현대까지의 예술은 기술이 못하는 것을 인간이 하고자 하는 도전에의 응전이다. 예술의 자유와 해방, 예술의 순수성과 자율성을 논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예술가들은 그것들을 실현하는 주체이자 예술 해방의 책임자였다. 따라서 이들의 사회적 개입과 운동은 예술가에게 부여된 역사적 운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예술가는 시대의 영향을 받으며 동시대 혹은 후세에 영향을 주기도 하니 작품에는 그들이 경험한 시대정신이 녹아들어간다. 예술가의 삶과 그가 속한 사회의 사회상과 역사성이 담겨 있다. 영웅은 시대정신을 반영하여 탄생하며 시대의 소망을 담아 만들어지는 영웅설화는 이러한 부분에서 어쩌면 예술가의 운명과 예술의 진행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그 배경을 공유한다. 따라서 인류를 하나로 묶어내는 시대정신의 총합인, 한 시대의 영웅을 우리시대의 예술가와 견주어 그들의 예술의 각오와 태도를 영웅적 태도에 비유해본다.

캘리포니아 출생의 래리 리(Larry Li)는 미국을 기반으로 점차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계 미국인인 작가는 제3의 문화 정체성을 통한 문화적 혼종성과 디아스포라의 통념을 역사적 교차점에 대한 비평적 시각으로 바라본다. 작가의 정체성은 미국과 중국의 문화가 혼합된 배경에서의 성장에서 기원하며 이러한 작가 개인의 삶과 경험은 예술의 소재로 발현된다. 회화를 통해 제시되는 이미지들은 작가의 경험 속 서로 다른 문화적 요소들의 혼합으로 표현된다. 즉 미국 이주로 인해 출생과 동시에 하이브리드 문화를 경험한 작가는 다중문화시대의 관람자에게 문화공동체의 삶에 대한 귀감과 역사적 배경을 가진 개인의 정의를 상기시킨다.

김민수는 한국의 민화를 차용한 독특한 화법의 회화를 제작한다. 인간의 염원과 행복을 그림에 담는 작가는 자신의 회화를 통해 사람들이 복을 받고 행복해지기를 기원한다. 더하여 그들을 대신해 복을 빌어주는 것을 예술가적 소명이자 역할로 삼는다. 외조모가 수놓은 전통문양의 빨간 보자기에 이끌린 경험을 계기로 민화를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빨간 바탕 위 전통문양과 현대적 기호들을 그려내고 있다. 또한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답게 민화에 현대인의 생활과 정서를 반영한다. <영웅부적>과 같이 옛 민화에 등장하는 전통적인 상징들과 현대의 상업 브랜드, 재화를 병치하며 과거와 현재의 상징과 기호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안형은 예술가라는 본업와 직장인이라는 부업을 겸하며 바쁘고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젊음과 패기를 대변한다. 경쟁 과도의 자본사회에서 예술적 신념을 지켜내며 예술의 업을 지속한다. 작가는 현 사회에서 인간의 고립과 외로움을 읽어내며 그들에게 언제나 최고의 순간이라는 위로를, 그리고 모든 행복과 축하의 상징인 케이크를 전한다. 퇴근 후 작업하는 시간에서 행복과 보람을 느끼는 작가와 그 작품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말이다.

행복의 순간과 희망을 개인의 삶 곳곳에서 발견하길 소망한다. 현대의 삶은 고독해 보일지라도 그 안의 순간은 스스로 해석하기 나름이며 개인의 가치를 잃지 않는 힘도 그의 몫이다. 모든 이는 스스로의 영웅인 셈이다.

이런 현실이 영웅의 등장과 서사에 그토록 관심을 갖게 하는 원론적인 배경인 듯하다. 우리는 건강한 개인과 발전하는 공동체로서 미래에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공통의 희망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세상을 꿈꿀 수 있을까? 예로부터 인간의 원초적 염원과 소망은 우리 사회의 영웅의 등장을 암시했다. 공존을 향한 포용력과 현실을 초월하는 자생의 힘은 우리 시대가 바라는, 또 필요로 하는 영웅의 소양일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또는 누군가의 영웅이기 위해 살고 일한다. 우리 세대를 위해 나아가 미래 세대를 위해 예술가는 어떤 세상을 만들고 그 가치를 지켜낼 수 있는지 반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