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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 인 아트> 오픈 기념 특별전: 자연과 조화로운 삶

<엔젤 인 아트> 오픈 기념 특별전:… . 2024-10-31 ~ 2024-11-04

<엔젤 인 아트> 오픈 기념 특별전: 자연과 조화로운 삶 2024. 10. 31 - 11. 4 / 갤러리그라프

<엔젤 인 아트>의 오픈 기념 특별전 ‘자연과 조화로운 삶'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 상생, 공존의 개념에 착안하여 기획된 전시다. 

인간은 오랜 시간 자연과의 합일을 철학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다루기도 했으며 한때는 필요에 의해 우위를 선점하여 문명의 발달을 위해 제거할 대상으로 여기는 시기도 있었다. 

최근에는 전 지구적으로 기후와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인류와의 상호 의존적인 관계성에 주목해 자연 생태계의 중추 역할로서 자연을 대하는 '생태주의 미술'이 떠오르는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각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자연이라는 키워드로 현재 지금, 이 시점에서 자연과 인간이 오랜 시간을 함께 축적하며 얻을 수 있었던 궁극적인 가치는 무엇인지 탐구하며 진정한 의미의 합일을 돌아보고자 하는 것이 본 전시의 목적이다. 


이번 전시는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자연이 품은 가치에 집중하여 상생과 공존으로 얻는 아름다움과, 미적 대상으로서 바라보는 자연의 본질을 26명의 참여 작가의 작업을 통해 공유하고자 한다. 

유럽과 아시아 등 각국에서 활동하는 참여 작가들은 각 지역의 특색과 분위기, 그곳에서 느낄 수 있는 향취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생동하는 자연의 모습을 포착하여 태초의 생명의 원천을 상상하게 하는 장면과 광대한 자연 앞에서만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은 결국 평안과 안녕, 배려와 사랑으로 귀결된다. 


  첫 번째 테마는 특정 나라의 상징적 풍경을 한눈에 담아내거나 시공간을 파악할 수 없는 곳을 포착해 자연의 요소에 집중하게 한다. 

잔잔한 호수에 홀로 우뚝 선 바위, 인적이 드문 해안가, 풀 속 깊은 곳 어딘가, 미세한 빛을 발하는 별이 가득한 하늘, 그리고 금방이라도 입김이 나올 듯한 눈 덮인 거리와 울창한 숲. 이러한 풍경은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감상하도록 요한다. 

자크리예프 마고메드의 <이르쿠츠크. 앙가라(Angara) 해안>과 <바이칼과 샤만카>, 아나스타샤 니콜라예브나의 <별이 빛나는 밤>이 그 예다. 유리 페르부신의 <풀>은 붓 터치의 거친 질감을 그대로 남겨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생동감을 간접적으로 전한다. 흙, 나무, 불, 물, 바람, 빛과 같은 요소들은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갖추어 '미'를 충족하기 때문에 인간은 이전부터 미적 관조의 대상으로 자연을 바라보았다. '자연스럽다'라는 표현을 빌려, 예술에서도 조화를 추구할 때 특유의 음조나 색채의 배열, 움직임과 같은 활동에서 자연을 모방하는 예가 많은 이유다. 더 나아가 공생의 의미에 한 층 더 초점을 두어,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의 이미지도 등장한다. 니키타 알렉시브의 <여름 오후>는 한적한 오후를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 자연이 주는 행복에 한층 더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이메데에브 알렉산드르(Имедеев Александр)의 , 포카찰로바 류드밀라 블라디미로브나(Покачалова Людмила)의 < 윈터 바이칼>을 마주하면 드넓은 초원을 바라보는 인간의 관점에 서서 숭고한 대상을 우러러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아 자연이 지닌 고유의 아름다움이 보존될수록 ‘숭고미'는 커져 경외심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연이 늘 아름다운 모습만 갖춘 것은 아니다. 자연 재해로 인해 예기치 않은 불행을 초래하거나 산산조각 난 바위, 꺾인 꽃잎, 불타버린 숲의 황폐한 모습은 아름다운 경관만을 기대했던 사람에게는 절대적인 미의 대상으로 비추어지지 않을 수 있다.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광활함에서 오는 경이, 외경, 위대함은 그 이면에 자리잡은 야생성과 거친 무언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연결되고는 한다. 그러나 진정한 가치는 그러한 즉흥성에서 빛을 발하며, 다시금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되풀이하여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항상성에서 찾을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정적이고 고요한 풍경은 사실 그 안에서 끊임없이 유동하며 비가시적인 힘을 이겨내는 일을 반복한 결과이다. 자연은 일정한 시간 아래 모든 것을 순리대로 움직이게 한다. 


전시의 작품들에서 그 어떤 인공물이나 인위적인 색채가 떠오르지 않는 것처럼 우리에게 자연은 호흡하듯 살아가는 일상적 존재가 되어 인지하지 못한 채 흐르는 시간과 닮아있다. 자연을 이루는 우연적 요소들이 한 데 모여 지금껏 이룬 모든 가치들은 우연이 아닌, 내밀하게 얽힌 인과성에서 비롯된 것임을 다시금 숙고하게 한다. 이러한 모습은 인간의 삶과도 닮아있다. 타인과 교류하는 사회적 인간으로서, 하나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매 순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물에 던진 돌에 물결이 출렁이듯, 우리의 삶도 작은 행동 하나가 나의 삶은 물론 타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쁨, 슬픔, 분노, 두려움 등 다양한 감정을 교류함으로써 우리는 공감을 바탕으로 감정의 존중, 배려, 이해를 필요로 한다. 


인간은 그러한 가치에서 오는 위대함을 알기에 아주 오래전부터 외형과 내형을 표방하고는 하지만 급속도로 발전한 현대 사회에서 이를 실현하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문명의 발전은 이전 시대와 전혀 다른 형태로 소통의 창구를 늘려 인간과 인간 사이를 더 가까워지게 했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 소외되는 이들에게 고립감을 안겨주는 부작용을 낳았다. 다방면으로 확장된 교류의 중심에 있으면서 시류에 오르지 못하고 점점 변방으로 밀려나는 이의 모습은 마치 무분별한 개발로 녹지 비율이 감소하는 현상과 유사하다. 보존의 필요성을 외치고 자연이 주는 수많은 혜택을 인정하면서도 결코 공존 방법을 찾기보다 훼손을 택한 지금, 문명의 발전을 가장 잘 누리고 있는 세대에서 역설적이게도 이상적인 방향은 결국 자연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가져다 준다. 자연이 주요 모티프인 회화 작품들과 그것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이 서로 마주 봄으로써 전시장은 관객 참여형 성격을 띠며 합일의 상태를 이룬다. 이는 자연계의 유기적 형태를 시각언어로 변환한 다우치 마리오의 작업 에 적용된 개념과 맞닿아있다.  서로의 향기를 품은 채 마주하는 순간은 한정된 환경 안에서 공명하는 구조로 이어지며,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전시 주제에 매듭을 짓는다. 다른 질서 체계로 끊임없이 순환하는 이곳에서 ‘과연 자연과 우리가 상생하며 나아가야 할 길은 어떠해야 하는가’ 물음을 던지기를 기대한다.